카테고리 없음

해외 각국 클럽 투어 체험기 (프랑스‧네덜란드‧대만 클럽 후기, 해외클럽, 여행팁)

ABNORMALY 2025. 4. 17. 22:23

해외 각국 클럽 투어 해본 경험.

 

해외엔 다양한 클럽들이 존재한다.


[프랑스―슬럼가 클럽의 낯선 무대]
파리 외곽의 소규모 언더그라운드 클럽에 들어섰을 때, 동양인은 나 혼자였음에도 생각만큼 시선이 집중되진 않았더라. 간간이 악수 요청이 있지만 형식적 인사에 그칠 뿐, 대화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대신 묘하게 자유로운 분위기 덕분에 홀로 춤을 추며 오롯이 음악에 몰입할 수 있었고, 새벽까지 이어진 힙합·아프로비트 세트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네덜란드―친구들과 함께한 테크노 파티]
암스테르담에서는 미국 친구 두 명과 입장했는데, 일행 덕분인지 바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다. 현지인은 낯선 이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기보다는 스텝(박자)에 맞춰 몸으로 교류하는 편이라 “이빨을 턴다(말을 잘한다)”는 재능보다는 리듬감이 더 중요했다. 덕분에 사람들 사이에 섞여 마라톤처럼 긴 테크노를 즐길 수 있었지만, 혼자였다면 적잖이 고독했을 듯싶다.

[포르투갈―클럽 걷기 투어의 의외 매력]
리스본에서는 호스텔에서 모집한 12명 크루와 ‘바 호핑(클럽·펍을 연달아 도는 방식)’에 참여했다. 영어 청해가 서툴러 대화를 절반밖에 알아듣지 못했지만, 일단 “리액션은 풍부하게”라는 나만의 룰로 호응하니 금세 분위기에 녹았다. 라틴 음악이 흐르는 댄스홀에서 서로의 이름을 소리쳐 확인하고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언어 장벽이 클럽 열기로 녹아내릴 수 있음을 체감했다.

[대만―키 효과 만점, 강력 추천]
타이베이 시먼딩 인근 클럽은 ‘키 큰 동양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호응도가 놀라웠다. 한국 클럽에서는 눈에 띄지 못했는데, 이곳에서는 작은 무대까지 초대받고 셀카 요청도 받는 등 이색적인 경험을 했다. 무대 매너보다는 밝은 미소와 가벼운 아이컨택이 더 중요했고, 현지인들은 EDM보다 K‑팝 리믹스에 열광해 낯설지 않게 어울릴 수 있었다.

[이태원―혼자 놀기의 씁쓸한 교훈]
국내 복귀 후 외국 분위기를 그리워하며 이태원에 혼자 입장했으나, 스무 번 가까이 말을 걸다 열한 번 연속 거절당하는 참사가 이어졌다. 결국 어떤 여성에게 담배를 사주며 짧은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곧 흐지부지. 혼자 출격할 땐 상대에게 “왜 굳이 나와 얘기해야 하지?”라는 의문을 줄 수 있음을 실감했고, 든든한 동행의 힘을 새삼 깨달았다.

[일본―예상 밖의 차분함]
오사카 클럽은 드레스 코드와 매너에 상당히 엄격했다. 춤선(춤 동작)이 과도하면 스태프 제지가 들어와 리듬감을 살리기 어려웠고, 바 테이블 소셜도 활발하지 않았다. 삿포로는 그나마 분위기가 느슨했지만 전반적으로 ‘선비(차분함)’ 느낌이 강해 흥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았다.

[뉴질랜드―차가운 시선과 느긋한 비트]
퀸스타운의 한 클럽은 유럽식 EDM을 기반으로 하지만, 외지인에게 다소 무심한 태도를 보였다. 몇몇 인종차별성 발언을 듣고 기분이 상해 조기 퇴장했는데, 다시 방문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루프톱에서 바라본 남반구 별자리는 그 밤을 구원해준 멋진 장면이었다.

클럽들이 대부분 비슷해보이지만 좀 다르다


[해외 클럽에서 살아남는 팁]

오픈 마인드 & 기본 리듬 : 섣부른 농담보다 박자에 몸을 맡기는 것이 먼저다.
리액션 과잉은 약이 된다 : 언어가 안 통할 때는 과장된 제스처가 대화를 잇는다.
혼자라면 명확한 목표 : 음악 감상인지, 사람 사귀기인지 스스로 정해두면 좌절을 줄일 수 있다.

 



[끝으로]
해외 클럽들은 공간마다 ‘환대의 온도’와 ‘음악 결’이 뚜렷하게 달랐다. 프랑스는 개인적 몰입의 맛, 네덜란드는 집단적 트랜스, 대만은 즉각적 교류의 쾌감이 돋보였다. 반면 일본·뉴질랜드처럼 규범이 강하거나 배타적 시선이 남아 있는 곳도 있었으니, 낯선 무대에 설 때는 열린 자세와 적당한 대비가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여행에서 얻은 최고의 기념품은 ‘음악이 만든 짧고 강렬한 인연’이었음을 깨닫는다.